‘플랜B’ 꺼내는 코인거래소…실명계좌 필요없는 코인마켓 신고 가닥


'플랜B' 꺼내는 코인거래소…실명계좌 필요없는 코인마켓 신고 가닥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이 급등하자 비트코인도 상승, 장중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해왔던 5만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2021.9.3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특금법) 가상자산 사업자의 금융당국 신고 기한이 오는 24일로 다가오면서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획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플랜B'인 코인 마켓으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추석 연휴를 고려하면 이르면 이번주부터 원화 마켓을 닫고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거래소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 등 대표 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하는 코인 마켓은 원화를 기준으로 코인을 사고 파는 원화 마켓과는 달리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가 필요하지 않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Δ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확인서(실명 계좌) Δ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의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24일 이후 신고하지 않고 영업하면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은행과 입출금 실명 계좌 계약을 맺고 FIU에 신고서를 제출한 거래소는 업비트가 유일하다. 은행권이 자금세탁 리스크를 이유로 강도 높은 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현재로선 빗썸·코인원·코빗 등 대형 거래소 외에 중·소형 거래소들이 기한 내 실명 계좌를 취득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은행과 입출금 실명 계좌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ISMS 인증 거래소들은 원화마켓을 닫고 FIU에 신고하는 플랜B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원화 마켓을 포기하고 코인 간 거래만 지원하는 코인 마켓만 운영하는 거래소는 실명인증 계좌 없이 ISMS 요건만 갖추면 사업자 신고를 할 수 있다. 신고서를 제출한 업비트를 제외하고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20곳이다. ISMS 취득에 수억원의 비용을 들은 것도 쉽사리 폐업을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고기한 직전까지 노력은 해보려 하지만 대다수가 원화마켓을 닫고 코인 마켓만 운영하는 플랜B로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ISMS를 받은 업체 중 코인 마켓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플랜B를 실행하려면 서비스 중인 '원화 마켓'을 종료해야 한다. 예컨대 이용자에게 '0일부로 원화 거래 서비스를 종료하며 특정 시기까지 원화를 출금해달라'는 사실을 공지한 후 신고서 제출 이후 심사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원화 자산이 줄어드는 현황을 보여주는 식이다. '원화마켓 종료 공지'가 코인마켓 신고를 암시하는 '시그널'이 되는 셈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르면 이번 주부터 코인 마켓 신고서를 제출하는 거래소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 기한 전에 추석 연휴도 있어서 거래소들은 의사결정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거래소 입장에서 플랜B는 가시밭길과 다름없다. 수익을 낼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거래소의 주된 수익원은 암호화폐 거래에서 나오는 수수료다. 코인 마켓에선 암호화폐로 수수료를 거둬들인다. 비트코인(BTC) 마켓에선 수수료를 비트코인으로 받는 식이다. 그러나 법인인 거래소가 원화마켓을 운영중인 다른 거래소에서 코인을 원화로 바꿀 수 없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가 다른 거래소에서 은행 실명 계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일단 신고 절차를 밟은 후 실명 계좌를 받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도 기대를 거는 눈치다.

한편 금융당국은 혹시 모를 '먹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에 Δ영업종료 공지 Δ예치 중단 및 출금 지원 Δ피해 구제 절차 등을 회사별로 내규에 담으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투자자 보호 대책을 금융감독원과 세밀하게 점검 중"이라며 "최대한 이용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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