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은행 실명인증 막혀 ‘발등의 불’…저축銀까지 ‘기웃’


암호화폐 거래소, 은행 실명인증 막혀 '발등의 불'…저축銀까지 '기웃'

KB·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 계좌 발급 제휴를 맺지 않기로 정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급해진 일부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실명인증 대상 금융기관이 아닌 저축은행에까지 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IT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복수의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디지털 뱅킹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진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실명인증 제휴 협력을 타진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측에서 먼저 저축은행 제휴 담당자들을 찾아 계좌 연계를 타진했지만 의사를 전달받은 저축은행들은 모두 거절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복수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할 이유가 많지 않다"며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암호화폐 분야와 저축은행 분야 간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잘못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적 디지털 인프라(기반시설)가 갖춰진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의사를 타진하는 것 같았는데, 사실 저축은행은 손을 잡고 싶어도 실명인증을 해줄 수 있는 금융사가 아니다"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확인도 안하고 접근한 이들과 사업적으로 제휴를 맺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특정금융거래정법(특금법) 시행령을 확인해보니 가상자산거래 범위에 들어있는 '금융회사중'에서 저축은행은 제외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저축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계좌 실명인증 제공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계좌 실명인증 연계 자체가 불가능한데도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저축은행에까지 제휴 의사를 타진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특금법상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24일까지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만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계좌 실명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코빗(신한은행), 빗썸(농협은행), 코인원(농협은행), 업비트(케이뱅크)뿐이다. 고팍스의 경우 부산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빗코, 지닥 등도 은행과의 협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이외의 거래소는 제휴 논의도 손놓고 있어 사실상 폐업 수순이다. 신규 제휴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칫 무더기 폐업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계좌 실명인증 제휴를 맺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케이뱅크를 제외한 주요 은행들은 자금세탁, 해킹 등에 의한 법적 책임 리스크가 수수료 이익, 계좌 확보 효과보다 크다고 보고 손을 잡지 않기로 정한 상태다. 은행연합회 지침상 앞으로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기 위해선 '검증' 작업을 은행이 해야하기 때문에 은행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국회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상황에서 추가로 제휴를 맺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가장 적극적으로 제휴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진 농협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증을 받지 못한 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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