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친(親) 암호화폐 정책을 예고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뿐 아니라 넷마블, SK 등 대기업이 속속 암호화폐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면서 투자심리도 회복되는 모양새다.
다만 암호화폐 업계에선 윤 정부가 세세한 정책 변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기조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공개(ICO) 열풍이 분 지난 2017년부터 암호화폐에 엄중한 잣대를 대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암호화폐 정의부터 필요해"
윤 당선인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공약으로 Δ암호화폐 투자 수익 5000만원까지 완전 비과세 Δ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Δ국내 ICO 허용(IEO 우선 도입) Δ대체불가능한토큰(NFT)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암호화폐 시장 육성 등을 제시했다.
업계는 암호화폐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정 특금법 등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들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지만 현재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를 지칭하는 용어도 가상자산, 디지털자산 등 다양하다. 금융당국은 블록체인이 적용되고 암호화폐로 거래하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두고 'NFT는 가상자산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비판받기도 했다.
이에 업계는 '디지털자산(암호화폐)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사업 또는 영업을 위한 뚜렷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다. 암호화폐 관련 기본법이 마련되면 암호화폐의 개념과 범위가 정리되고, 금융위원회 및 자본시장법과의 관계도 정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은 지난 17일 한국핀테크학회 정책 포럼에 참석해 "가상자산 업권법이든 디지털 암호화폐 관련 사업 기본법이든 그 법 목적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또는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암호화폐와 관련된 사업의 건전한 육성, 발행 및 유통 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정도가 될 것이다"고 역설했다. 그는 글로벌 주요국 사례를 살펴보고 법 용어의 합의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본법이 국회에 입법 전까지 업계 자율 정화를 유도하며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현재 여야가 발의한 가상자산법 관련 개정안은 총 13건으로, 지난해 11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여야의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유야무야된 사례가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이수환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난해 11월 한국핀테크학회 정책 포럼에서 "새로운 법률을 도입하는 걸 무한정 기다리기보다는 거래소의 게이트키핑과 협회의 자율규제로 불공정 거래 등을 감시해야 한다"며 "암호화폐에도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른 금융 규제 샌드박스 활용을 적용해보자"고 말했다. 시중은행 실명계좌 발급에 난항을 겪으며 대형 거래소에 밀린 중소 거래소에게 금융 규제 샌드박스가 회생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갈 길 먼 국회 입법…과세 구체화 논의 시작돼야"
암호화폐 과세 가이드라인도 구체화돼야 한다. 윤 당선인이 꺼낸 '암호화폐 투자 수익 5000만원까지 완전 비과세' 카드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표심'을 잡기 위해 윤 당선인을 포함한 대선 후보가 정당성에 대한 검토 없이 '과세 유예'만을 외쳤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무조건적인 '과세 유예' 주장보다는 과세방안과 한도 등을 논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목소리다. 법조계에서는 암호화폐로 얻은 수익과 주식으로 얻은 수익이 한데 얽혀 과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세세한 정책안 고민보다는 '암호화폐'를 '사기'로 치부해온 현 정부의 기조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토로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별개로 보고 블록체인 기술만 육성하겠다고 나선 현 정부의 시선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업계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어떤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개별적인 것보다는 큰 틀에서 기조를 바꾸고 '암호화폐 시장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정책적 기조부터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당선인이 제시한 공약을 잘 이행해주길 바라는 것이 업계의 한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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